▲ 정현구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노바아르테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광남 오케스트라 지휘자 한국관현악지도자협회 회장

교향곡 40번 g 단조(K. 550)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1788년 7월 25일에 빈에서 작곡한 교향곡입니다. 41곡의 모차르트(오스트리아)의 교향곡 중 단조는 2곡뿐인데, 「제25번」과 「제40번」으로 둘 다 g단조이다. ‘모차르트의 g단조’라고 흔히 일컬어집니다. 이 교향곡 40번은 역시 사 단조인 교향곡 25번(‘작은 g 단조 교향곡’)과 구별하기 위해 ‘큰 사 단조 교향곡’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g단조는 1788년 6월부터 8월에 이르는 짧은 시기에 작곡한 모차르트 최후의 3대 교향곡 중 하나로 7월 15일부터 7월 25일까지의 10일간에 완성되었으며, 세 곡 중 가장 격정적이고 낭만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천재의 초인적인 창작력을 과시하는 절품(絶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 사후 2년이 된 1793년에 빈의 악보상인 요한 트렉에 의해 출판될 당시 “거장의 마지막 교향곡들 중 하나이며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문구로 홍보될 만큼 관습에서 벗어난 독창성, 반음계적 표현, 풍부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걸작입니다.

이 교향곡의 오리지널 악보는 오늘날에 흔히 연주되는 악보와 조금 다릅니다. 1791년 4월 16일과 17일에 빈에서 살리에리의 지휘로 이 교향곡이 초연되었을 때는 오리지널 악보에는 없던 한 쌍의 클라리넷이 추가된 새로운 악보로 연주되었고, 오늘날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클라리넷이 추가된 개정판을 선호합니다. 오리지널과 개정판을 비교해보면 클라리넷의 음색이 첨가된 점 외에 악보 상의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든데, 이는 모차르트가 개정판에서 새로운 음악적 아이디어를 많이 첨가하기 보다는 오리지널 판에서 오보에가 맡았던 역할의 대부분을 클라리넷으로 바꾸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모차르트가 클라리넷의 음색을 특히 좋아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오늘날 교향곡 40번은 오리지널 판 보다는 개정판이 더욱 자주 연주되지만, 최근 들어 초판의 쓸쓸한 맛을 좋아하여 클라리넷이 없는 오리지널 판을 연주하는 지휘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이 교향곡에는 트럼펫과 팀파니도 사용되지 않습니다.

작곡가이자 음악평론가인 로베르트 슈만은 이 교향곡에 감탄하며 “가볍고, 고대 그리스적 우아함이 깃들었다”고 말했던 반면 음악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실내악적인 작품”이라 말했고, 로빈스 랜던은 “모차르트의 조울증을 반영한 작품”이라 했으며, 잭 웨스트럽은 “오페라의 정신”이 나타난다고 하는 등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은 18세기 교향곡의 전형을 벗어난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인해 그 어떤 작품보다 음악평론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이 작품에 정통했으며 그의 연습장에 이 곡 중 스물아홉 소절을 적어 두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악장을 여는 주제부가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세 번째 악장을 작곡하는 데에 영감을 주었다고도 합니다. 비록 그 장단과 대위법의 복잡함은 모차르트에 미치지 못하지만, 프란츠 슈베르트 교향곡 5번의 미뉴에트와 그의 사중주곡 중의 하나에서도 이 작품의 영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곡은 ‘빠른 악장-느린 악장-미뉴에트-빠른 악장’ 순의 네 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고전 시대 교향곡의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3악장을 제외한 모든 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있고, 미뉴에트와 트리오는 보통의 세도막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 1악장 Molto allegro g단조 2/2. 소나타 형식이지만 서주는 없고, 비올라를 수반한 바이올린이 곧 제1주제(악보 1)를 제시한다. 어딘지 모르게 애수를 띤 이 주제는 듣는 이의 마음을 침잠케 합니다. 제1주제는 투티에 의한 격정적인 악상을 끼고 반복되며, 바이올린에 의한 정력적인 부차 주제로 일단락됩니다. 제2주제는 바이올린과 목관으로 시작되며, 흐트러진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듯이 체념과 위로의 기분을 띠고 있습니다. 전개부에서는 제1주제 첫머리의 동기가 미칠 듯이 고양되지만, 이윽고 조용히 하강하고 재현부에 들어갑니다. 여기서는 제시부에 나타난 특징 있는 스타카토의 부차 주제가 확대되고, 제2주제를 거쳐 간결하게 마칩니다.

제 2악장 Andante E플랫장조 6/8. 매우 독특한 음악으로, 첫 8마디가 흐르는 동안 그 어떤 뚜렷한 주제 선율을 발견하기 힘듭니다. 오로지 저음현으로부터 서서히 전염되는 8분음표의 맥박만이 집요하게 반복되는 사이 바이올린이 쉼표로 분절된 단편적인 선율 조각들을 내뱉을 뿐입니다. 이윽고 호른과 첼로가 8분음표의 맥박을 바탕으로 한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제1바이올린이 서서히 상승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선율로 본격적인 악상을 전개합니다. 어두침침하면서도 감각적이며 고통과 애수가 혼합된 이 악장에서 모차르트는 1악장에서 구사했던 고통스러운 반음계 화성의 세계를 계속 탐구합니다. 2악장에선 특히 두 개의 음표로 2도 음정을 하행하는 작은 동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고전주의 관현악의 이디엄을 확립한 만하임 악파의 기술적 용어로는 ‘한숨’을 쉬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 3악장 Minuetto Allgretto g단조 3/4. 강렬한 헤미올라 리듬으로 시작하는 이 악장은 모차르트(오스트리아)의 미뉴에트 중 이색적인 비극성을 가졌으며 또다시 제1악장의 어두운 애수를 연상케 합니다. 엇갈린 리듬에서 오는 긴장감이 3박자 우아한 미뉴에트를 지극히 투쟁적인 음악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다행이 중간 트리오 부분에선 G장조의 편안한 음악이 나타나며 미뉴에트의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듯하지만, 더욱 격렬한 4악장으로 이어지면서 이 교향곡에 감돌던 갈등과 격정이 해일과 같이 밀려옵니다.

제 4악장 Allegro assai g단조 2/2 소나타 형식. 이 악장은 모차르트가 쓴 음악 중 가장 격렬한 인간 감정의 표출일 것입니다. 만하임 악파의 용어로 ‘로켓’이라 부르는 상승하는 선율에 이어 전체 오케스트라가 큰 소리로 무례하게 끼어들며 폭력적으로 응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제1주제의 이중적 성격은 계속해서 4악장에 갈등 상황을 만들어내고, 발전부에 이르러서는 다성적인 모방을 거듭하며 격하게 움직여 가는데, 반음계의 한 음만을 제외하고 모든 음이 연주되는 발전부의 시작 부분에 나타나는 전조 악절에서는 조(調)가 매우 불안정해집니다. 연주되지 않는 하나의 음은 바로 곡의 조성인 g(솔)음입니다. 그러나 고전주의 음악답게 이러한 정신분열적 이중성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리듬 패턴은 그 모양새를 계속 유지하면서 서서히 돌파구를 찾아나가며 마무리된다. 고전시대의 많은 단조 교향곡들의 마지막 악장과 달리, 이 곡의 피날레는 마지막까지 단음계를 유지하면서 끝납니다.

교향곡 40번 G단조의 고요함과 강렬함을 겸비한 시작 부분처럼 강렬하게 시작하는 교향곡도 드물 것입니다. 1788년 모차르트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재정 상태는 형편 없었고 빈에서의 인기도 사라졌습니다. 콘스탄체와의 결혼 생활도 엉망이었습니다.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지에 모차르트는 이렇게 썼습니다. “가끔 침울한 생각이든다네 … 죽을힘을 다해 쫓아내야 할 생각들이야.” 이 구절을 읽으며 교향곡 40번에서 그가 말한 ‘침울한 생각’을 보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우울상태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우울증에 걸리게 되고, 병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아도 기분이 울적해지고 만사에 의욕이 없어지며 불필요한 고민에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우울한 사람은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더욱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상태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음악을 사용하여 심리상태를 안정시켜주는 것이 효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울상태에 빠지게 될 때 밝고 경쾌한 음악은 종종 독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그 사람에게 즐거움을 강조해 줌으로써 자신의 현 상황을 이해 못하는 처사로 여겨져 역반응이 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울할 때는 먼저 어둡고 슬픈 음악으로 우울함에 동조하고 스스로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최악의 상태와 침울한 속에서 이 교향곡을 통해 “그 침울함 속에 깊이 들어가 죽을힘을 다해 쫒아내고자 한다”고 우리에게 말합니다.